[Poem] 귀숭산작 - 숭산으로 귀환하며 맞이한 자연과 삶의 성찰

A serene landscape featuring a winding clear stream alongside vast grasslands, with a carriage moving slowly in the distance. The scene transitions into an ancient ferry near a desolate city under the glow of a setting sun over autumnal mountains. Lastly, depict the majestic Mount Song in the background, emphasizing solitude and tranquility.

归嵩山作 - 王维

귀숭산작 - 왕유

숭산 아래로 돌아가며 마주한 고요한 가을 풍경

清川带长薄
맑은 물길은 넓은 들판을 휘감고
A clear river winds around a broad plain
车马去闲闲
수레와 말들은 한가로이 지나가네
Carriages and horses amble by at ease
流水如有意
흐르는 물은 뜻이 있는 듯 흘러가고
Flowing waters seem to carry a silent purpose
暮禽相与还
저녁 새들은 서로 어울려 돌아오네
Evening birds return in flocks together
荒城临古渡
폐허가 된 성은 옛 나루터에 맞닿아 있고
A deserted fortress stands beside an ancient ferry crossing
落日满秋山
지는 해는 가을 산을 온통 물들인다
The setting sun bathes the autumn hills in warm light
迢递嵩高下
아득한 숭고산 아래로 이어진 길을 따라
Along the distant road below lofty Song Mountain
归来且闭关
돌아와서 문을 닫고 한동안 세상과 단절하리라
Returning home, I seal myself away from the world awhile

이 시는 당대(唐代)의 시인 왕유가 숭산(嵩山)으로 돌아가는 여정 속에서 마주친 풍경과 내면의 정서를 담은 작품입니다. 왕유는 산수시(山水詩)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시인으로,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색과 깨달음의 장(場)으로 삼았습니다.

첫 두 구절에서는 맑은 강과 들판을 한가로이 지나는 말과 수레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는 세속의 흐름이 느슨하게 흘러가는 풍경을 암시합니다. 인간의 활동이 분주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듯한 모습은 왕유 특유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잘 보여 줍니다.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물과 새의 이미지는 시인의 감정 이입을 돕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流水如有意(흐르는 물은 뜻이 있는 듯)”라는 구절을 통해 자연이 마치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그려지고, “暮禽相与还(저녁 새들은 서로 어울려 돌아오네)”에서는 본능적으로 둥지로 돌아가는 새들이 어쩌면 집으로 향하는 시인의 마음을 투영하는 듯합니다.

이어지는 “荒城临古渡(폐허가 된 성은 옛 나루터에 맞닿아 있고)”와 “落日满秋山(지는 해는 가을 산을 온통 물들인다)” 구절에서, 지나간 세월의 흔적과 마주하는 시인의 사유가 엿보입니다. 한때 번성했을지 모를 성이 폐허로 남아 있고, 가을 산을 물들이는 석양은 자연의 순환과 시간의 흐름을 동시에 암시합니다. 숭산으로 돌아가는 길은 단순 이동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이 서로 얽히는 순간이기도 한 것입니다.

마지막 구절 “归来且闭关(돌아와서 문을 닫고 한동안 세상과 단절하리라)”는 숭산 아래 은거하거나 참선 생활을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왕유는 도(道)나 불교 사상에 관심이 깊어,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합일되려는 태도를 시 곳곳에 투영하곤 했습니다. 여기서도 세속을 떠나 자연과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결심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처럼 ‘귀숭산작(归嵩山作)’은 광활한 자연 풍경과 짧은 찰나의 깨달음이 어우러져, 왕유 특유의 정적인 세계를 완성해 냅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눈앞에 펼쳐진 산과 강, 그리고 사라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며, ‘돌아감’이라는 단어가 가진 심오한 의미—단지 지리적 귀환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안식을 향한 귀환—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입니다.

Key points

1. 세속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물과 새의 이미지를 통해 부드럽고도 깊이 있게 표현됩니다.
2. 폐허가 된 성과 저무는 가을 해 등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는 요소들이, 삶의 무상함과 순환을 상징합니다.
3. ‘돌아와 문을 닫는다’는 결말은 세상과의 단절을 넘어 내면의 평온을 찾으려는 시인의 의지를 보여 줍니다.
4. 왕유 특유의 선적(禪的)·도적(道的) 사유가 깃든 자연 묘사를 통해, 독자는 삶의 쉼표와 사색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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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울 때 시간이 정말 빨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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