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위성곡 - 봄비 속 떠나는 이를 배웅하는 진한 아쉬움

Weicheng Song

渭城曲 - 王维

위성곡 - 왕유

이별 앞에서 건네는 마지막 잔의 따뜻함

渭城朝雨浥轻尘
위성의 아침비는 가벼운 먼지를 적시고
Morning rain in Weicheng lightly dampens the dust
客舍青青柳色新
객사 앞 푸른 버들은 새잎을 틔우네
By the travelers’ lodge, fresh green willows bloom anew
劝君更尽一杯酒
그대에게 한 잔 술을 더 권하노니
I urge you to drink another cup of wine
西出阳关无故人
서쪽 양관을 지나면 아는 이 없으리라
Once you go west of Yang Pass, no old friends remain

이 작품은 당대(唐代) 시인 왕유가 친구인 원이(元二)를 안서(安西)로 떠나보내며 지은 송별시로, 제목 그대로 ‘위성(渭城)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흔히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중국 문학사에서 송별시(送別詩)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시의 첫 구절 “渭城朝雨浥轻尘(위성의 아침비는 가벼운 먼지를 적시고)”는 위성 땅의 이른 아침 비가 도시의 먼지를 적셔 깨끗하고 상쾌해진 풍경을 그려냅니다. 촉촉한 공기와 비 내린 뒤 특유의 맑은 분위기는, 이별의 정서를 담담하지만 아련하게 표현하는 배경이 됩니다.

이어지는 “客舍青青柳色新(객사 앞 푸른 버들은 새잎을 틔우네)”에서는 낯선 객사 앞 버드나무가 신록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을 통해, 아직 봄의 생동감이 살아 있음을 보여 줍니다. 동아시아 전통에서 버드나무는 흔히 이별과 연관되곤 했는데, 여기서는 버드나무의 푸르름이 떠나는 사람을 향한 애틋함과 미묘하게 대비되어 더욱 인상 깊습니다.

세 번째 구절 “劝君更尽一杯酒(그대에게 한 잔 술을 더 권하노니)”는 이별의 순간에 한 잔 술을 건네는 전통적 송별 의식을 간결하게 담아냅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과 응원의 마음을 ‘한 잔 더’라는 짧은 권유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동양 시가에서 특히 자주 보이는 송별 장면으로, 이별이라는 상황에 담긴 정서가 술잔을 매개로 더욱 진하게 드러납니다.

마지막 구절 “西出阳关无故人(서쪽 양관을 지나면 아는 이 없으리라)”는 낯선 변방인 안서로 향하는 친구가 이후로는 아는 사람조차 만나기 어려운 고된 길을 가야 함을 암시합니다. 이 구절은 친구의 긴 여정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이제 함께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배가시킵니다.

이처럼 왕유는 네 줄의 절구에 이별의 정취를 진하게 녹여 내면서도, 자연 풍광과 인간의 감정을 조화롭게 결합시키는 솜씨를 보여 줍니다. 작품 전체가 짧지만, 수많은 이들이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떠나는 벗을 보내는 마음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됩니다. 또한 비 갠 아침 풍경과 함께 술 한 잔에 응축된 우정이 이별의 순간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기 때문에, 오히려 씩씩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묻어납니다. 이 점이 세월을 넘어 이 시가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현대 독자들도 ‘위성곡(渭城曲)’을 통해,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하는 친구들과의 헤어짐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아쉬움과 동시에 소중함을 느끼는 그 복합적인 감정이 바로 인간관계의 깊이를 보여 주기에, 수백 년 전 쓰인 시임에도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Key points

1. 봄비가 내려 깨끗해진 풍경과 버드나무의 신록은 이별 앞에서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시인의 섬세한 감정을 드러냅니다.
2. ‘한 잔 더’라는 짧은 권유 속에는 아쉬움과 응원의 마음이 동시에 담겨, 송별의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3. 서쪽 변방으로 떠나는 친구를 바라보며, 함께했던 시간을 되새기고 남은 길에 대한 염려를 녹여 낸 것이 시의 핵심입니다.
4. 짧은 절구 속에 자연 묘사와 인간적 정이 조화를 이루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정과 이별의 감동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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